04년 4월 11일. 진주MTB 회원님들이랑 마지막 라이딩을 가지고 4월 12일 군입대를 하게 되었다. 3년을 넘게 MTB로 단련을 받는 나는 훈련소의 훈련정도는 아무 무리없이 받을수 있었고, 오히려 체력이 나빠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들었다. 훈련소에서 교관들에게 이말을 했었다면, 나는 무사하지 않았겠지만... 특히나 하체에 자신있었던 나는 다른 동기들이 너무나도 힘들어 했던 ‘어깨동무하고 앉았다 일어섰다’ 같은 것에는 거의 신이었다.
훈련을 받으며, 저 앞으로 펼쳐진 월아산을 보며 얼마나 업힐이 하고싶었는지 모른다. 가끔씩 MTB를 타는 간부들이 지나갈 때,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를 것이다.
(저멀리 뒤에 보이는 산이 나를 그렇게 애태운 월아산이다)
훈련과 특기교육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았다. 얼마 후 난 첫 휴가를 받았고, 집에 오자마자 거의 100일간 잠재워둔 나의 애마를 타고 바로 월아산으로 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마음은 벌써 저만큼 가있는데, 몸은 안 따라주고, 그래서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었고, 나는 업힐을 하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월아산 아래 삼거리에서 집으로 되돌아갔다.
그동안 체력이 형편없어진 것이다. 어떻게 월아산 앞에서 퍼진단 말인가... 이래서는 안된다. 어떻게든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MTB를 부대로 가지고 가서 타는 것도 생각해 봤고, sora급의 사이클을 중고로 구입하여 가지고 올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절차가 간단하지가 않았다. 내가 부사관급만 되었어도 일이 간단할텐데... 하체단련과 지구력 향상, 폐활량 향상을 위해 오래달리기를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나의 계급은 이병. 이병 계급장을 달고 개인적인 일을 하려한다면 참 개념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연병장을 뛰며 운동을 하려는 내무실 왕고가 혼자 뛰면 심심하니깐 같이 뛰며 말동무 해줄 것을 제안했고, 나는 그렇게 뛸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구보는 시작되었다.
날씨가 추워져 한동안 쉬다가 이듬해 봄, 다시 시작했다. 처음엔 1~2km뛰는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 거리는 점점 늘어나 10km가까이 되는 기지 구보도 거뜬히 하게 되었고, 나보다 앞에 가던 고참들도, 나중엔 내 뒤로 가게 되었다. 다시 날씨가 차가워져 한동안 쉬다가 06년 날씨가 풀릴 무렵 다시 시작하였다. 수영만 연습하면 트라이애슬론을 해 볼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MTB만 타던 내가 처음 달리기를 했을때 정말 힘들었던것 처럼, 지금 달리기만 한 상황에서 MTB를 타게 되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안 한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해 나간 것이다.
부대에 친한 하사와 상사가 있었다. 친해지게 된 동기는 역시 MTB.. 군대 분위기상 간부와 병이 친하게 지내는 건 힘들지만, MTB이라는 것은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분들이 06년 초에 입문했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많았다. 계급은 내가 낮았지만, 나는 01년에 MTB에 입문했으니 MTB 짬(?)은 내가 훨씬 높았다. 그래서 나하고 만나기만 하면 MTB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말년에 그렇게 MTB이야기만 하다가 전역을 했다.
전역 전에 이 하사와 여행가자고 계획을 잡았다. 중간에 사정이 많이 이래저래 미루다 이제 출발하게 되었다. 먼저 대구로 가서, 그 다음날 대구에서 출발해서 경북일대를 여행한다.
자전거마을에 가서 약간의 정비를 했다. 체인을 빼서 때(?)를 벗겼고, 기어도 청소를 해주었다. 디레일레도 셋팅을 해주고, 어차피 더러워지겠지만, 전체적으로 청소를 해주었다.
그리고 가방을 샀다. 거금을 투자하긴 했지만, 정말 마음에 든다. 03년 전남투어와 마찬가지로 등에는 아무것도 안 멜것이다. 가방은 핸들가방과 짐받이 윗 가방만 있을뿐이다. 핸들가방에는 내 A200이 딱 맞게 들어간다. 그리고 짐받이 가방도 의외로 커서 이것저것 넣고도 남는다. 그리고 자전거마을 사장님이 펑크키트를 후원해주셨다^^
긴장이 된다. 정말 오랜만의 자전거 여행이다. 체력이 예전 같지가 않다. 아직 입문했을 때의 수준밖에 안 나온다. 하지만 전역후의 그 무언가를 위해 그렇게 연습을 해왔는데... 나에게 포기란 없다. 반드시 완주 해낼 것이다.
2006년 10월 14일 (토)
진주 고속버스 터미널로 갔다. 짐칸에 자전거를 넣고, 대구로 출발했다. 자전거가 짐칸에 들어있는데, 버스가 급커브를 돌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내 앞뒤로 군인 두 명이 타고 있다. 아마 대구로 복귀하는 듯하다. 암울하다. 대구에서 군복무를 한 나는 대구로 가는 버스가 복귀를 하는 버스였고, 정말 정말 싫었었다. 그게 싫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대구로 가는 버스를 탔을때, 자주 멀미를 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설레이고, 전혀 멀미같은걸 하지 않았다. 2시간 후 대구에 도착했다.
동대구 터미널에 내려서 부대 앞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짐이 많아서 가속이 힘들다. 그리고 양 옆으로 내려온 가방이 바퀴에 닿는 느낌이다. 일단은 약속 장소로 가서 대구에 사는 후임과 오늘 전역하는 운봉이랑 휴가 나오는 애들이랑 만났다.
두 달여 만에 만난것이다. 같이 나온 중사 형들이랑 하사친구와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솔직히 부대 앞에는 먹을만한 곳이 없지만 ‘맹이네’라는 전주비빔밥집에 있는데 이곳이 최고다.
주인 아주머니가 전주에서 이곳으로 시집을 왔다고 한다. 전주에서나 먹을 수 있는 전주비빔밥을 이곳에서 맛볼수 있고,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식사후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나보고는 여행 잘하란다. 다음에 중사 형 결혼할 때 대구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김하사 집으로 갔다 (이하 형이라 하겠음). 일단 형의 집에 자전거를 넣어두었다. 형의 자전거는 비앙키. 진주에서는 비앙키를 거의 안타지만, 대구에선 비앙키도 꽤 타고 다닌다고 한다.
대충 짐을 풀어놓고, 마트로 갔다. 초코파이 한 박스랑, 초코바, 영양갱 등을 샀다. 집으로 돌아와 지도를 보고 코스를 잡아보았다. 일단 체력을 고려해서 거리를 그리 많이 잡지는 않았다.
대구 - 칠곡 - 김천 - 문경 - 예천 - 안동
- 청송 - 영덕 - 포항 - 영천 - 대구
이게 대략적인 코스다. 옛날 같았으면 3일도 안되어서 끝낼수 있는 코스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썬 완주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녁 9시 쯤 되어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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